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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딱딱이를 치며 야경 돌던 길, 순라길

딱딱이를 치며 야경 돌던 길, 순라길

외국인들이 우리나를 찾으면 방문하는 곳이 있으니 경북궁, 종묘 등이다. 이 중 종묘(사적 제125호)는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더욱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종묘 담을 따라 이어지는 순라길을 사람들은 알까?


깊은 밤 순라를 돌던 길

종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골목길을 순라길이라 한다. 조선 시대 궁월을 호위하던 순라들이 화재가 날까, 도적이 들까 경계하기 위해 딱딱이를 치며 야간 순라(요즘은 순찰)를 돌던 길이 바로 순라길이다. 종묘가 조선 시대 역대 임금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는 왕실의 사당이니 당연히 순라를 돌았다. 이렇게 순라를 돌던 길이 오대 궁궐과 종묘 사직단 등 여러 곳에 있었겠지만, 그 길이 온전히 살아있고 명칭까지 남아있는 곳은 이곳 종묘 옆 순라길이 유일하다. 종묘 정문에서 왼쪽이 서순라길, 오른쪽이 동순라길인데 돌아보기에는 서순라길이 낫다.


어르신들에게 옛 생각을

종묘 돌담을 따라가면 야외 탁자가 놓인 작은 음식점들이 있다. 소주 한잔 하기 적당한 곳으로 찌개,닭발 등의 메뉴와 더불어 수구레를 판다. 수구레는 소고기의 껍질과 살 사이에 있는 아교질로 쫄깃쫄깃한 맛이 그만인데 돼지 껍데기처럼 삶아 고추장 양념해 볶아 두었다가 주문을 받으면 데워서 내어준다. 수구레만을 푹 고아 굳히면 묵처럼 엉기게 되니 이를 이용한 수구레 족편은 계란으로 황백지단을 부쳐 채 썰고 미나리, 파를 다지고 석이버섯과 대추채로 고명을 얹으면 귀한 궁중음식이 된다.


시민들의 놀이터

종묘광장은 종묘 앞쪽에 마련된 시민공원으로 조선 시대 역대 왕들이 종묘를 드나들 때 마셨다는 우물과 월남 이상재 선생의 동상,벤치,그늘막,식수대 등을 마련해 놓았다. 시간 넉넉한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시민들의 놀이터로 애용되고 있으며 한자에 적힌 좋은 글과 고사성ㅇ, 달마대사 그림, 수묵화 등을 전시판매하기도 한다. 지하에는 승용차 1천여 대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이 있고 벤치에 앉아있는 염상섭 선생의 좌상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다.


칼칼한 홍어삼합 막걸리 한잔

서순라길 끝자락에 이르면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홍탁삼합 집 '순라길'이 있다. 메뉴는 홍어다. '천 년을 가야 할 순라길 맛, 홍어'라고 적인 나무판이 맛을 증명해주듯 홍어찜, 홍어탕, 홍어 무침, 홍어회가 맛나다. 이 중 최고는 홍어삼합, 식힌 홍어와 돼지고기 삶은 것, 묵은김치가 함께 나오는 요리로 3가지의 강한 맛이 혀를 자극한다. 주인장 김부심씨가 직접 담근 막걸리를 한잔 더하면 금상첨화다. 명함에 '쬐그만 집이지만 맛이 큰집'이라고 적혀있으니 작은 음식점 순라길에서 우리의 맛을 보고 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