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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것들

한글날 공유일 지정


2012년은 한글창제된지 566돌이 되는해이다. 한글은 우리 겨레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세계기록문화 유산에 등재돼 있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이다. 이런 기쁘고 즐거운 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축제분위기 속에서 함께 기념하는 날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공휴일로 잘 지켜오다가 1990년에 쉬는 날이 많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경제논리를 이유로 기념일로 낮춰졌으며, 15년만에 2005년 국경일로 승격은 되었지만 아직도 공휴일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던 오랜 동안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는 극도로 혼탁해졌다. 각종 언론매체의 광고를 보면 영어로마자의 알파벳으로 꽉 차 있는데, 대학교육을 받은 이들도 이해할 수 없는 낱말이 많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의 어깨, 가슴, 무릎에서 알파벳은 활보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학용품과 나들이옷에도 버젓이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한글로 적더니 점차 알파벳이 하나 둘 등장하여 이제는 우리 글자가 겨우 조사의 기능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 한국방송공사 텔레비전 드라마 연속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의 제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말글을 교육하고 계도에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에서 우리 한글맞춤법을 파괴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다니,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제작진은 극의 흐름을 반영하고 창의적 표현을 위해 맞춤법 오기가 불가피했다고 하는데, 창의적 표현은 작품에서 보여줘야지 맞춤법을 파괴한 제목에서 보여줄 수 없다고 본다. 한글학회 등 여러 한글단체가 항의공문을 내고 명칭사용금지 가처분신청 등 강한 반발로 인해 '착한 남자'로 바뀌었다. 늦었지만 공영방송으로서결정을 잘했다고 본다.

요즘 젊은이들은 글자를 통한 의사소통 유형으로 전자우편을 많이 이용한다. 이들의 글을 분석해 보면, 맞춤법 규정에 어긋나게 적은 것이 많고 도저히 글자라고 할 수 없는 희한하게 조립한 낱말을 자주 볼 수 있다. 음절수를 줄여 빠르게 글자를 적으려는 의도가 강하고 규범에 기초를 두고 있는 현실공간의 글자살이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경험하기 위해 한글이 망가지는 것은 아랑곳없다.
통신글자는 통신할 때에만 활용을 해야 할텐데, 일반글쓰기에서도 통신글자를 활용하여 한글은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심한 병을 앓고 있다. 이런 버릇이 쌓이면 규범을 잘 지키려는 의식이 점차 희박해지고 한글을 갈고 닦겠다는 정신이 약화될 것은 뻔한 일이다.
한 외국인은 "한글은 아름답고 매우 과학적인 글자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엄청난 외국글자의 홍수를 보면서, 자기글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였다. 생활용품, 음식, 옷, 의약품 등 생활 전반에서 한글을 찾아보기가 힘든 우리사회는 글자침략을 당하는 줄도 모르고 있다.
이처럼 우리 말글살이가 혼란스러워진 것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기념일로 낮춘 뒤부터 우리 말글에 대한 소중한 생각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은 되었지만 국민들의 마음속에 크게 와 닿지 않고 있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문화기념일이 될 것이고, 국민들의 문화적 가치가 높아져 우리 말글에 대한 의식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한글에 관련된 많은 행사를 통해 젊은이들은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질 것이고, 우리 말글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동참할 것이며, 자신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우리 겨레가 한글의 참된 가치를 깨닫게 될 때에 말과 글이 갖는 놀라운 힘은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주어 겨레의 기상은 나날이 굳세어지고 크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오늘은 이 땅의 온 겨레가 한글을 생각하고 노래하며 춤추는 잔칫날이다. 이 날을 더욱 빛내고 기리기 위해 국경일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