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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천 '소래'의 두 얼굴을 아시나요?

인천 '소래'의 두 얼굴을 아시나요?

소래에는 두 공간이 공존한다. 소래포구와 소래생태습지공원, 채 1Km가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 소래생태습지공원에는 갯벌과 수풀이, 소래포구에는 인간이 중심이 되어 세월의 시곗바늘은 오늘도 돌아간다.


사람사는 냄새가 엉기는 세상, 소래포구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천의 남쪽 자락으로 바다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 조선 시대에는 이곳 포구 물길로 수많은 물건이 드나들었고 일제 강점기땐 국내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였던 소래 염전에서 소금을 실어 나르기 위해 협궤열차가 부지런히 오갔다.
옛 명성을 간직한 갯배가 서너 척 서 있는 포구 선창 안쪽에 왁자지껄 어시장이 웅크리고 있다. 가을의 전령사인 전어가 아가미 아래쪽에 동전만 한 까만 점을 뽐내며 펄떡이고, 눈이 왼쪽으로 몰린 광어는 오른쪽 세상이 궁금한지 온몸을 이리저리 비튼다. 상인들은 하나라도 더 팔려고 목청을 세우고, 구경 온 사람들은 더 좋은 것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다 회 한 접시를 떠서는 시장통이건 길가건 공원이건 엉덩이 붙일 곳만 있으면 삼삼오오 모여앉아 소주 한 잔을 곁들이고 저녁노을에 볼을 붉게 물들이며 가슴속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끄집어낸다. 이곳은 돈이 굴러가고 땀 냄새, 사람 냄새가 엉기는 '사람 사는 세상'이다.


자연이 주인인 곳 소래생태습지공원

포구를 거슬러 오르면 그 폭이 좁아진다. 왼쪽(북쪽)으로 인천광역시, 오른쪽(남쪽)으로 시흥의 경계가 되는 개흙 물줄기가 갈라지는 곳에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있다. 총넓이는 약 360만제곱미더로 안내판만 봐도 입이 딱 벌어진다. 무릎까지 오는 수풀이 끝 없이 이어지고 마치 아프리카 사바나처럼 드넓은 초지에는 사자와 기린이 불숙 나타날 것 같다. 눈앞에서는 금방이라도 자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질 듯하다. 또, 96년까지 소금을 만들던 폐염전도 있다. 염전 옆으로 예전의 소금 창고가 자리하고 예약을 하면 염전과 식생, 생태에 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통통마디, 갯민들레, 칠면초, 갯개미취 등 붉게 물든 염생식물이 끝간 데 없이 펼쳐지고 무릎 높이의 수풀 초지는 시선이 닿는 그 끝 너머까지 펼쳐진다. 파란 하늘 두둥실 구름에까지 닿을 듯하다. 그 사이를 거니는 사람들은 개미떼보다도 작은 존재다. 이곳은 오롯이 '자연'이 주인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