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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서천 홍원항 전어구이

아침저녁으로 솔솔 찬 기운이 느껴지면 그 바람을 타고 서해안에서 맛 바람이 분다. 태안반도의 대하와 서천의 전어가 한판 맞짱을 뜨니 어디로 가야 할까 걱정이 된다.

서해대교를 넘으니 당진이 반기고 여기서부터 태안반도다. 조금 더 내려가 보형을 지나면 집 나간 며느리도 불러들인다는 전어가 기다리니 그 정점은 홍원항이다. 항구의 모습이야 기다란 ㅂㅇ파제와 갯배 그리고 억척스러운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여느 항구와 다를 바 없지만 일 년 중 가장 활기찬 모습은 전어가 나는 철이다. 전어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점이다. 아가미가 끝나는 부분에 검고 동그란 점이 있는데, 이것이 ‘엽전, 돈’처럼 생겼기에 돈 전(錢)자를 써서 전어(錢魚)라 부른다. 또한, 이 물고기를 잡아서 팔면 돈이 된다 하여 전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기름기 많고 달콤한 전어

반질반질 은백색의 요염한 뱃살을 뽐내는 전어는 남쪽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서서히 난류를 타고 북상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전어가 우리나라 서해안, 특히 서천 지방에 오는 것은 9월쯤부터 10월 초순, 중순이 전어의 전성기다. 오랜 문헌 중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滋山魚譜)에 ‘전어는 기름기가 많고 달콤하다’고 되어 있다. 또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貴賤, 귀족과 천민)이 모두 좋아했으며,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전어를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회와 구이다. 전어구이를 시키고 전어가 구워질 동안에 전어회를 먹는다. 깨끗하게 손질해 대나무 발에 담아오는 전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매콤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또 굵은 소금 술술 뿌린 전어를 철망 위에 얹어 놓고 구우면 그 냄새가 홍원항을 지나 인근까지 그득하다.

전어 맛있게 먹는 비법

전어를 구울 때는 너무 자주 뒤집지 말아야 한다. 살이 연해 부스러지니 한쪽을 충분히 익히고 나서 뒤집는 것이 가장 좋지만, 성질 급하고 입에 군침 고이는 관광객들은 연일 전어 뒤집기에 열을 올린다. 또 전어구이 먹는 법을 현지인에게 들어보면 ‘몸통을 맛나게 먹고 나서 참깨가 서 말이라는 고소한 대가리는 오도독 씹어 먹으라’는 것이다. 여기에 쌀로 빚었다는 한산소곡주를 겉들이면 정말로 세상 살맛 난다. ‘전어 한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얼큰하게 기분이 좋아지면 홍원항 방조제를 한번 거닐어 본다. 낚싯대를 드리우는 강태공들의 손길을 감상하다가 뻘건 고무 함지에 펄펄 뛰는 해산물을 파는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영화 ‘JSA 공동경비 구역’ 촬영지인 신성리 갈대밭이 근처에 있으니 여기도 돌아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