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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Korea trip] 새로운 시작, 소매물도 등대섬

[Korea trip] 새로운 시작, 소매물도 등대섬

청량한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머릿속 서랍 한 곳에 잠들어 있던 기억 한 조각이 떠오른다. 못내 그리운 그 장면 그 장소는 시계 바늘을 한참이나 돌려 놓는다.

하얀 원피스에 여행 가방을 들고 나풀거리는 끈을 늘어뜨린 모자를 쓴 두 소녀가 등대섬에 내린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떠나는 곳에~, 바다 빛 그리움으로 간직되는 이름~" 뱃고동 소리가 추임새로 등장하는 이 영상은 1986년 크라운 제과의 과자인 쿠크다스 CF로 이국적인 영상이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았고 그 섬은 일명 '쿠크다스 섬'이 되었다.


메밀만을 지어먹던 매물도와 형제섬

한반도의 남쪽, 섬 부자로 불리는 통영에는 526개의 섬이 있다. 사량도, 욕지도, 한산도, 비진도, 장사도 등 하나 같이 경관 좋은 섬들이니 이 중에 쿠크다스 섬이 있다. 통영에서 남동쪽으로26km, 한 시간 넘게 뱃길을 달려가면 소매물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섬 안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길이 갈라진다. 왼쪽 길은 소매물도 섬 주위를 도는 트래킹 코스이다. 사부사분 해안 길을 걸으면 인공의 것들이 사라지고 자연이 펼쳐진다. 짙은 파랑의 바다와 옅은 파랑의 하늘이 팔레트의 물감처럼, 포토샵의 그라데이션처럼 어우러진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 속을 걷는 듯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저 멀리 매물도가 보인다. '매물'은 경상도 사투리로 '메밀'을 뜻한다. 그 옛날 물이 부족해 메밀만 재배한 섬이라 하여 매물도가 되었다. 또 다른 전설로 장군이 탄 군마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마미도로 불리다가 매물도가 되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하얀 등대

마을에서 올라오는 지름길과 만나 나무 갑판 계단을 따라가면 망태봉 정상이다. 건너편으로 꿈에 그리던 쿠크다스섬이 보인다. 탄성이 뛰어나올 듯 아기자기한 등대섬은 정마로 어여쁘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섬으로 가는 길, 열목개가 나온다. 등대섬과 소매물도를 잇는 몽돌 해변을 열목개라고 하는데 밀물과 썰물이 의해 4시간씩 하루에 두 번만 물길이 열린다.
울퉁불퉁 몽돌해변을 건너면 드디어 등대섬이다. 등대가 하나 있다 하여 등대섬이니 1917년 처음 불을 밝힌 등대는 48km까지 불빛을 비추며 남해를 지나는 선박을 인도한다. 등대섬 정상에 서면 병풍바위가 펼쳐지고 그 옛날 중국 진나라 시황제의 사신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그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과차'라 바위에 새긴 글귀가 병풍 바위 아랫쪽 '글씽이 굴'에 있다. 병풍바위 건너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쪽빛 바다. 그 너머로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없어지는 그곳이 세상의 끝인 듯하다. 세상의 끝이자 시작 같은 곳 , 그곳이 바로 등대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