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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테크/보험

생보사, 수억대 빅 모델 광고戰 보험료 오르게 돼 고객은 손해

요즘 생명보험업계의 '빅 4(big 4)'로 불리는 삼성·대한·교보·농협생명의 광고 전쟁이 뜨겁습니다. 삼성은 마린보이 박태환, 대한은 메이저리거 박찬호, 교보는 지휘자 정명훈, 농협은 인기 탤런트 손예진을 각각 방송 광고에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모두 출연료 수억원을 줘야 하는 빅 모델(big model)들입니다.


광고 경쟁이 불붙은 건 2분기부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깊어지자 광고를 앞세워 손님을 붙잡아 보려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생보업계는 2분기 신규 계약 보험료 수입이 1분기에 비해 17% 이상 줄어드는 극심한 불황에 빠져있습니다.

흔히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은 소비자에게 이롭다고 합니다. 광고 경쟁도 그럴까요?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보험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과다한 광고 비용은 결국 보험료로 전가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하더군요.

불황기에 보험사가 빅 모델을 등장시키는 이미지 광고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보험 상품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상품과 달리 보험은 가입할 때는 품질을 알기 어렵고, 사고를 당한 뒤에야 품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사는 상품의 품질을 높이거나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기업 이미지 홍보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보험상품의 특징과 보험사의 행태를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방패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광고 내용을 규제하거나 보험 상품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도록 감독을 엄격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감독당국의 감시망은 늘 허술합니다. 올해 형편없는 수익률, 과도한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자아냈던 변액연금보험, 실손의료보험은 모두 보험사가 광고는 대대적으로 하면서 내용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 상품들이었습니다. 금융당국은 항상 문제가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제도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결국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보험사의 자정(自淨)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험사들은 이미지 광고에 몰두하기보다 보험 영업의 본질에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